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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가 되었지만 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난초9 2014. 4. 23. 11:52

만기가 되었지만 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다음 임차인이 들어오면 빼서 주겠다는 것이다. 세입자는 보증금을 받지 못했지만 부득이 이사를 가야 할 사정이 생겼다. 그러나 이사를 가면 대항력이 없어져 보증금을 받는데 지장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 임차권 등기라는 카드를 빼어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카드는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 못쓰면 독이 될 수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임차권 등기명령 제도가 도입된 배경, 신청 절차, 소요 비용 등을 알아보자. 그리고 임차권 등기에 따르는 문제점도 짚어보자.

다음 사람 들어오면 빼나가세요

# 대전에 사는 B씨는 서울로 발령을 받았다. 현재 전세 1억2천만 원에 살고 있는 집의 계약기간이 3달 후에 끝나니 그 때 부임하기로 회사의 양해를 받아둔 상태다. 주인에게 만기일에 맞춰 보증금을 내 달라고 했더니 다음 사람 들이고 빼나가라고 한다. 그런데 이 집에는 얼마 전 가압류 1억 원이 걸려 있어 들어올 사람이 잘 없다. 만기일 까지 다음 임차인이 안 들어오면 B씨는 할 수 없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원에 보증금 반환청구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B씨가 서울로 이사를 가면, 소송에서 판결을 받아 이 집에 경매를 신청해도 전세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전세금보다 후순위였던 가압류 등 다른 채권이 선순위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이사를 가도 주민등록만 남겨두면 되잖아요?

 

 

그렇지 않다. 실제 살면서 주민등록이 있어야 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관련 법 조항을 보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대항력 등) ①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날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제3조의2(보증금의 회수) ②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증서 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중략) 후순위 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 여기에서 ‘주택의 인도’란 그 집에 들어가 거주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대항요건’이란 주택에 살면서(주택의 인도) 주민등록이 계속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야 경매에서 우선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B씨의 경우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그 집에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아니 보증금을 제 때에 받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가야 할 이사를 못하고 장거리 출퇴근이나, 아니면 부부가 별거하는 경우까지 당해야 하는가? 세입자들의 이런 어려움을 없애기 위해 임차권 등기명령 제도가 도입되었다.

임차권 등기를 하면 보증금을 우선배당 받을 수 있다

이 제도의 목적은 세입자가 그 집에서 이사를 나와 주민등록이 전출되더라도, 이미 확보한 대항력이나 배당 순위를 그대로 유지하여, 보증금을 돌려받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1998년 IMF외환위기 직후 전세금 폭락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이 급증하자 그 대책으로서 임대차법을 개정하게 된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법 조문에 그 취지와 내용이 잘 나와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임차권 등기명령)

①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 임차인은 (중략)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⑤ (중략)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중략)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아니한다. 원래 임차권 등기를 하려면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 위 사례와 같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세입자가 집주인의 동의나 협력 없이 단독으로 신청해도, 법원의 명령으로 등기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방법

1) 준비할 서류
        ① 건물 등기사항증명서 1통
        ② 임차인 주민등록등본 1통
        ③ 임대차계약서 사본 1통
        ④ 부동산 목록 (A4용지에 자신이 기록) 5통

2) 신청서 작성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서는 법원 민원실에 비치되어 있고,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도 있다.
        <다운받기>

3) 신청서와 첨부서류를 법원 민원실에 제출
        구청 세무과에서 등록세 교육세 납부고지서를 받아 은행에 납부하고, 준비해간 서류를 첨부하여, 주택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의 민원창구에 제출한다.

4) 들어가는 비용
        본인이 직접 신청하면 약 3~4만원이 들어간다. 등록세, 교육세, 수입증지, 송달료 등이 며, 법무사에게
        의뢰하면 보수가 추가된다. 임차권 등기와 관련된 비용은 모두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

5) 소요 기간
        임차권 등기명령은 대개 서류심리에 의한 결정으로 이루어지므로 약 2주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판결에 의할 경우에는 1달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임차권 등기 시 주의할 점

임대차가 끝난 후 신청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

 

만기가 임박했다고 하여 미리 신청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계약서상 만기일 뿐 아니라 당사자간 합의로 해지한 경우도 임대차가 끝난 것으로 본다.

 

등기부를 보고 임차권 등기가 올라간 다음 퇴거를 해야 한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판결에 의한 경우에는 선고한 때에, 결정에 의한 경우 집주인에게 고지한 때에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등기명령 신청서를 내고 바로 이사나 주민등록 퇴거를 해서는 안 된다. 임차권 등기가 완료된 사실을 확인한 다음 움직여야 한다.

 

다음에 들어온 임차인은 소액임차인에 해당되어도 최우선 변제권이 없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보증금이 9500만원 이하이면 3200만원까지 우선 배당받을 수 있지만 , 임차권이 등기된 집에 들어온 세입자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히 새로 들어올 임차인이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임차권 등기명령 제도의 문제점

임차권 등기명령 제도의 취지는 참 좋지만 반면에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나가는 임차인에게 이사에 필요한 자금이 없으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례의 임차인 B씨도 서울에 이사 들어갈 집의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다면 이 제도는 도움이 안 된다. 굳이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보증금은 적고 대신에 월세 비중이 높은 집을 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임차권등기가 올라가 있으면, 다음에 들어올 세입자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들어오려는 임차인에게는 임차권 등기가 하나의 혹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액임차인에 해당한다면 최우선변제의 혜택도 받을 수 없어 더욱 계약을 주저할 것이다.

 

한편 임대인 입장에서 볼 때, 들어올 사람이 없다고 해서 계속 비워두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무보증 단기 임대차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집도 시세보다 싸게 월세로 임대할 수도 있다. 들어오는 임차인도 보증금이 적거나 없으면 임차권 등기가 있어도 부담이 별로 안 된다. 자 이렇게 되면 임차권 등기를 해놓고 보증금을 제대로 내고 들어올 임차인을 기다리고 있는 전 세입자만 답답할 뿐이다. 물론 보증금에 대한 이자는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정 이율은 5%에 불과하다. 실제 부담한 대출금 이자가 더 높아도 받아내려면 소송이라는 절차가 필요하게 된다. 결국 전세금 반환소송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임차권 등기가 뭔가 해결해주리라 믿고 기다리다간 공연히 시간만 허비하는 셈이 된다.

임차권 등기라는 카드를 제대로 쓰는 법

자 그렇다면 임차권 등기라는 카드를 어떻게 써야 할까? 한번 정리해보자.

 

임차권 등기는 나몰라 임대인에 대한 강력한 압박 수단이다

보증금을 만기일에 돌려주지 않으면 임차권 등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일단 통지한다. 소요되는 비용과 이자도 청구할 것임을 미리 알려준다.

 

그러나 이사를 꼭 해야 할 경우에만 등기명령을 신청한다

임차권 등기 제도의 문제점을 고려하여 가급적 그 집에 살면서 보증금을 받아내는 방법을 찾는다. 그래야 집주인에게 압박감도 주고 다른 집에 들어가느라 자금 부담도 안 생긴다.

 

임차권 등기를 한 경우에도 보증금 반환청구소송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임차권 등기 자체로는 보증금 반환 시일을 당겨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임차권 등기란 ‘거주+주민등록’을 대체해주는 효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임차권 등기명령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임차권 등기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소송절차 없이 바로 경매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