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딸아
사랑하는 아들아 딸아
무심한 세월은 흐르고 흘러 생전 안 늙을 것 같았던 네 부모도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게 영락없이 노인네 티가 나고야 마는구나
그렇게 정갈하던 우리도 이렇게 늙어 변해가는 걸 보면
인생황혼이란 누구에게나 운명처럼 다가오는가 보다
늙고 병들고 기력이 떨어지고 지저분해진다고 무시하려 말고
어쩔 수 없는 생로병사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우리를 이해 해 다오
우리가 음식을 먹을때 흘리거나 옷을 자주 더럽히거든
네가 어렸을적 너를 어떻게 먹이고 입혔는가를 생각하고
미안하지만 우리의 모습을 조금난 참고 받아다오
네 어미 아비가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할 때 "또 그 소리?" 하며
말을 중간에 못하게 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면 안 되겠니?
너 어렸을 때 좋아하고 듣고 싶어 했던 이야기를
네가 잠이 들때까지 되풀이 하면서 들려 주었던 걸 생각해 보거라
혹시 우리가 목욕하는 걸 싫어하고,옷을 잘 갈아입지 않거든
너무 부끄럽게 면박주거나 심하게 나무라지는 말아다오
목욕을 안하려고 떼를 쓰면 도망 다니던 너를 붙잡아
목욕시키려고 애 썼던 어미의 모습을 기억하면 될거야,
우리가 기억력이 떨어져 자주 잊어버리거나
말이 막혀 대화가 잘 안될 때면 핀잔주지 말고
우리가 그걸 기억해 내도록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면 안 되겠니?
혹시 기억을 못해내더라도 치매 걸렸다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다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너와 대화가 아니라
우리가 너와 함께 있고 우리의 말을 들어주는 네가 있다는 것이란다
언제나 네 옆에 있으면서 너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깨 아프고 무릎 쑤시고 다리에 힘이 없어 잘 걷지 못하게 되거든
지팡이를 짚지 않고도 걷는 것이 위험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겠니?
네가 수 도 없이 넘어지고 뒤뚱거리며 걸음마를 배울때
어미가 네게 해 준 것처럼 네 손을 우리에게 빌려다오
훗날 우리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우리에게 화내지 말아다오
너도 훗날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를 이해하게 될 테니 말이다
비록 우리가 너를 키우면서 많은 실수를 했어도
우리는 부모로써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과
부모로써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너에게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언젠가는 너도 깨닫게 될 것이다
때가 되면 우리야 어차피 저 세상으로 떠날텐데
죽거든 너무 슬퍼하거나장례를 호화스럽게 치르지 마라
죽은 다음에 오동나무 관이나 세마포 수의가 무슨 소용이며
묘자리를 호화스럽게 만들었다고 우리가 거기서 편히 잠들겠니?
죽은다음에 효도하며 네 체면 치례하는 걸로 남에게 비칠까 걱정이다
죽은 다음에 장례 잘 치루고 제사 잘 지내려 하지 말고
부모 살아 있을때 할 수 있는 대로 잘해보렴
우리가 너 잘사는 걸 보면서 눈 감을 수 있도록 해다오
네가 잘 사는 걸 보면서 눈을 감는 것이 부모의 마지막 소원이란다
사랑한다 피 땀 흘려 낳고 키운 아들아, 딸아
갈수록 늙고 병들어 추해지더라도 우리를 너무 부끄러워하지 말아다오
네가 어디에 있던지 무엇을 하든지 너를 사랑하고
너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아깝지 않은 게 부모의 마음이란다
비록 늙어 몰골이 형편없더라도 우리가 네 부모임에는 틀림없단다
너도 네 자식 키워 보면 이런 부모 마음을 알 수 있게 될거야
잘 알겠니? 사랑하는 내 자식들아!!!
'☞ 글 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려야 할 것 (0) | 2016.09.01 |
---|---|
세계 최고 최대의 (0) | 2016.08.27 |
이런 오늘이였으면 좋겠습니다 (0) | 2016.08.27 |
봄을 노래한 명시들 (0) | 2016.08.27 |
평화로운 초자연 (0) | 2016.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