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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의 권리�기

난초9 2007. 9. 12. 00:41

전셋집 대신 여관에서 자는 아기엄마 이야기

“곰팡이, 남편과 나는 참겠는데 아기 때문에…” 눈물

…보일러 고장, 누수, 곰팡이 생겨도 임차인은 집주인 눈치만 봐


우리 사회에서 세입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고통을 일방적으로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임대차관계의 원칙상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내고 주택을 이용할 권리가 있으며, 집주인은 보증금과 월세를 받은 만큼 세입자가 집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 해야 한다. 법적으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가 평등한 셈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법은 집주인의 편에 서는 경우가 많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역시 세입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거나, 임대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전세금을 날리는 세입자가 많다.


심지어 임차인들은 집 보일러가 고장 나거나, 물이 새거나, 벽에 곰팡이가 피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소송보다 간편하면서도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임대차 분쟁조정기구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법 제623조에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했지만, 세입자들은 집주인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곰팡이 속에서 아기와 일주일을 보냈어요”


민주노동당 민생지킴이(경제민주화운동본부) 임대차 상담실로 30대 여성 A씨의 전화가 왔다.


A씨는 결혼을 하면서 전세보증금 6500만원인 서울의 한 빌라주택에 들어갔다. 계약 당시부터 집을 살폈지만, 커튼에 가려진 벽에 곰팡이들이 무수히 피어났을 줄은 미처 몰랐다. 


집주인은 A씨의 뒤늦은 항의를 받고 직접 와서 방습지를 발라 주었다. 일단 여름까지 지켜보고, 그래도 곰팡이가 생기면 그때마다 방습지로 도배하겠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아기를 낳았고, 지방의 친정에서 몸조리를 했다. 출산 한 달 뒤 A씨는 아기를 데리고 서울 집으로 돌아왔다. 보일러를 켜자마자 창문마다 물방울이 맺히고, 곰팡이와 함께 물이 흘렀다. A씨는 그때의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남편과 둘만 살았어도 곰팡이 냄새는 그냥 참았겠는데… 아기가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군요.”


A씨는 다시 집주인을 찾았다. 며칠 뒤 집주인이 찾아와서 집 상태를 보고는 “부동산에 내놓겠다고 했다”고 했다. 한 사람이 집을 보러 왔지만, 곰팡이 냄새 때문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갔다고 한다. A씨가 임대차 계약의 해지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해도, 집주인으로서는 “전세가 빠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상황이었다.


집이 나가지 않자 집주인은 A씨에게 일주일 안으로 방수전문업자에게 수리를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리 후에도 한동안 냄새가 날 테니, 수리가 끝날 때부터 일주일간 어디든 가 있으라고 말했다. 다음은 A씨의 말.


“방수업자가 올 때까지 곰팡이 속에서 우리 아기와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새벽마다 떨어지는 곰팡이 물에 몇 번이나 잠을 깼어요.”


일주일 뒤에 방수업자가 집수리에 들어갔다. 서울에 아무 연고가 없는 A씨는 한 숙박업소에서 아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비용은 본인 부담이고, 생활상의 모든 불편도 A씨 가족의 몫이었다. “결국 집주인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A씨는 물었다.

 

 [[민주노동당,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요구하는 캠페인]]


크고 작은 임대차분쟁, 조정기구가 없다


이런 세입자들의 고통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민생지킴이가 운영 중인 인터넷 다음카페 ‘세입자 권리찾기 모임’( http://cafe.daum.net/naezipp )에는 “집주인과 보일러 교체비에 대한 갈등” “집에 수도관이 터져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는 임차인들의 호소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 기사를 막 올리려는데,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세입자 전모씨로부터 상담전화가 왔다. 한 달 동안 집안에 온통 곰팡이가 슬고 방에 물이 새는데, 부동산 중개인은 ‘나 몰라라’ 하고 집주인은 국내에 없어 속수무책이라는 하소연이었다. A씨의 사연과 어찌나 비슷한지 민생지킴이도 깜짝 놀랐다.


현재 임대차 관련 법률은 임대인과 세입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 보증금의 반환이나 주택의 유지·보수와 관련된 문제 등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가 어떻게든 합의하지 않는 한 해결이 쉽지 않다. 관련 증거자료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에 들어가기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에도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는 임대주택은 분쟁조정기구를 둘 수 있는 등 선례가 있다. 세입자들이 겪는 분쟁을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법 제도 차원에서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제도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


※민생지킴이(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임대차 상담과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운동을 진행 중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02-2139-7853~4, 민생지킴이 홈페이지 http://minsaeng.kdlp.org ‘상담실’란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인터넷 다음카페 ‘세입자 권리찾기 모임’( http://cafe.daum.net/naezipp )에서도 임대차 관련 정보제공과 상담을 진행 중입니다.  <끝>

2007년 9월11일(화)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민생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