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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대출시 집주인의 동의가 꼭 필요한가?

난초9 2014. 1. 16. 12:47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연 4% 전후의 금리로 전세금의 70~80%까지 융자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집주인이 대출에 대한 동의를 거절하여 세입자와 다투는 경우를 자주 본다. 대출받을 때 법적으로 집주인의 동의는 필요 없다고 하는데 왜 이런 분쟁이 발생하는가? 그리고 대출이 이루어지면 임대인에게 과연 불이익은 없는가? 거래 현장의 문제점과 해법을 알아본다.

한편 집주인이 대출에 동의했지만 은행의 심사과정에서 승인이 안될 경우, 계약금의 반환문제로 다툼이 발생한다. 사례를 통해 예방법을 알아본다.

대출 받는데 임대인 동의는 없어도 된다

전세금 대출은 전세금을 담보로 한다. 만약 임차인(세입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임대인(집주인)이 가지고 있는 전세금에서 상환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채권의 양도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보증금반환을 요구하는 권리를 은행이 대신 받아두는 것이다. 관련 민법의 조항을 보자.

민법 제450조(지명채권양도의 대항요건)
①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기타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위의 조항을 풀어보면, 채권의 양도를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양도인 (여기에서는 임차인)이 채무자 (여기에서는 임대인) 에게 ‘통지’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임대인의 ‘승낙’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은행으로서는 굳이 임대인이 부담스러워 하는 승낙 즉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은행에서 임대인에게 통지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채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현장에서는 임대인 동의 거절이라는 문제가 발생하는가?

임대인의 ‘동의’ 대신 ‘협조’는 필요하다

돈을 빌려주는 은행의 입장에서 보자. 대출금의 안전한 상환을 위해 임대인에게 몇 가지 확인하고 싶은 사항들이 있다.

-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전세 계약인가?
- 임차인의 보증금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양도된 사실은 없는가?
-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이미 다른 금전거래는 없었는가?

이 내용들을 임대인에게 확인하는 방법으로서, 전화로 간단히 물어보는 은행도 있는 반면에, 임대인을 은행으로 부르거나 확인하는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은행은 대출과정에서 임대인의 주민번호와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가 기재된 임대차계약서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 신용정보 동의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은행의 요구에 부담을 갖는 임대인은 이 절차를 거절하게 되고, 은행은 이를 임대인이 대출에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결국 대출이 안 될 수도 있다. 은행으로서는 당연한 ‘협조’ 요청이지만, 임대인은 이를 사실상의 대출 ‘동의’ 로 받아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대출에 대한 ‘동의’와 ‘협조’의 혼동으로 인한 현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금융감독원에서는 임차보증금에 담보를 설정할 때 집주인의 동의를 받던 것을 앞으로는 단순히 통보하는 식으로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은행권에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오랜 거래 관행과 홍보 부족으로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임대인이 대출에 동의해도 불이익은 없다.

한편 임대인의 입장에서 볼 때, 대출에 동의하면 다음과 같은 불이익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관련하여 대표적인 질문 3가지를 살펴보자.

1) 세입자가 이자와 원금을 못 갚으면 집주인이 대신 갚아야 되지 않을까?
2) 월세나 관리비를 연체해도 이제는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없는가?
3) 임차인이 만약 계약 연장을 요구하면 어떻게 되는가, 해줘도 괜찮은가?

우선 1)번을 보자. 임대인이 동의한 것은 어디까지나 ‘채권의 양도’이지 ‘채무의 보증’이 아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대출을 못 갚아도 은행은 임대인에게 갚으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2)번에 대하여도 역시 임대인은 걱정 안 해도 된다. 관련 판례를 보자. 임대인이 채권양도를 승낙하였어도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할 수 있다.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 따라서 임대인은 임차인이 나갈 때까지 발생한 월세와 관리비 연체액을 모두 정산하여 보증금에서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만 채권자인 은행에 주면 된다.

3)번에 대해서는 임대인의 주의를 요한다. 전세금 반환채권이 일단 다른 사람에게 양도되면, 이 전세계약은 만기일에 종료되고 전세금을 양수인 즉 은행에 지급해야 한다. 만약 임대인 마음대로 계약을 연장해 주면, 은행은 대출금을 상환받기 위해 임차인에게 집을 비우라고 요구할 수 있다. 관련 판례는 다음과 같다. 만약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계약기간 연장에 관한 합의를 해도, 양수인은 보증금을 받기 위해 임차인에게 목적물의 명도를 요구할 수 있다. (대법원 1989. 4. 25 선고 88다카4253, 4260 판결)

이렇게 보면 전세금 대출에 동의해도 임대인에게 불이익은 없다. 그러나 심적인 부담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만기일에 보증금을 은행이 가져가 버리면 임차인이 빈손으로 잘 나가줄까? 하는 현실적인 우려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은행의 대출 절차에도 협조해야 하고, 임대인의 대출에 대한 오해도 풀어야만 임대차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전세난에 임대인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해서는 집을 구할 수가 없다.

분쟁의 예방법 – 특약조항을 활용한다

대출을 받으려는 임차인 입장에서 은행과 임대인 간의 마찰을 예방하는 방법을 다음 3단계로 요약해 본다.

1단계 대출 금융기관 선별
우선 거래하려는 금융기관의 대출 절차를 미리 알아봐야 한다. 가급적이면 임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전화로 간단하게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는 곳을 골라야 한다. 동의서를 요구하거나 임대인이 직접 지점에 나오도록 하는 은행이나 지점은 피해야 한다

2단계 대출절차 확인
임대인이 대출과 관련하여 협조해야 할 사항을 은행의 담당자와 미리 조율한다. 은행에서 임대인에게 전화로 물어볼 항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여 임대인의 양해를 구해 둔다.

3단계 특약조항으로 기재
이 특약의 목적은 임대인이 은행에 협조해야 할 사항을 미리 한정하여 임대인을 보호하고, 또한 이런 협조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추가되는 불이익이 없음을 명확히 하여 임대인을 안심시키기 위함이다.

대출관련 특약조항 예시
1) 임차인은 전세금대출 1억원을 oo은행에서 받기로 한다.
2) 임대인은 은행에서 전화로 문의하는 사항에 성실히 답변한다.
3) 임차인이 대출을 못 갚아도 은행은 임대인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4) 만기일에 전세금 중 대출 원리금을 은행에 지급한다. 월세 또는 관리비 연체가 있으면 먼저 보증금에서 공제한다.
5) 대출이 안되면 이 계약은 해제되고 계약금을 돌려준다.

특약조항 5)번이 필요한 이유를 다음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대출이 안되면 계약금을 돌려주는 것 아닌가요?

임차인 A씨는 전세금 대출을 받는다고 미리 임대인의 양해를 구한 다음 계약금 1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은행의 심사 결과 대출이 거절되었다. 당황한 임차인에게 은행 담당자는 아파트 등기부에 토지 별도등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아파트를 짓기 전에 토지에 걸려있던 근저당이 아직 말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A씨는 임대인에게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임대인은 못 돌려준다고 한다. 등기부도 안보고 계약을 했느냐고 반문하면서. 이 경우 A씨는 계약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까?

임대인이 못 돌려준다고 나오면 임차인도 할 말이 있다. 대출 거절 사유가 임대인 측의 문제 즉 등기부에 있는 만큼 임대인이 책임지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계약금을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무난한 해법이라고 보지만, 각자의 주장이 엇갈리면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할 수밖에 없다.

대출이 안되면 이 계약은 해제되고 계약금을 돌려준다.

 

그래서 이 특약이 필요하다. 대출에 대한 원칙은 동의했다고 해도, 은행의 심사과정에서 건물 등기부상 하자 또는 임차인의 신용상태 등 대출을 가로막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