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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 ‘악성 세입자’ 골머리

난초9 2013. 11. 29. 09:57


전월세난 속 임대시장 혼돈

의도적 체납 세입자 급증

집주인 방법은 소송 뿐인데

1년이상 걸리고 비용도 부담

#.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72.6㎡ 빌라 한 채 월세가 유일한 수입원인 차정석(가명ㆍ62)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보증금 2000만원, 월세 75만원에 계약한 세입자 A(50ㆍ여)씨가 이삿날 닷새 전 잔금을 지불하지 않고 주인 몰래 입주했기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의 급한 사정 때문에 우선 짐부터 옮긴 다음 10일쯤 뒤 보증금 잔금 800만원을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애 초 딱한 사정이 있는 줄 알았던 차씨는 A씨가 다른 곳에서 같은 방법으로 아파트 임대 보증금과 월세를 2년 이상 체납해 집주인에게 명도소송을 당한 경험이 두 차례나 있단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입주 45일이 지난 현재 보증금 잔금은 미입금. 첫 월세도 밀렸다. 차씨는 “유일한 방법은 소송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차씨의 경우에서 보듯 최근 주택임대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 임대거주가 늘면서 차씨가 겪는 상황처럼 ‘악의적인’ 세입자도 등장했다. 사정을 봐달라며 먼저 이사한 뒤 보증금 잔금과 월세를 차일피일 미루고 1년이상 버티다 다른 데로 옮기는 독특한 유형이다. 이들과 집주인이 벌이는 법적 분쟁도 해마다 늘고 있다.

이 처럼 임대거래 현장에서 ‘체납을 의도한’ 세입자 비중은 서울ㆍ수도권 전월세 시장의 5∼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부천시 B공인 최 모 대표는 “잔금 완납을 미루고 짐부터 옮기려는 세입자 비중이 20%까지 늘었다”며 “이중 절반은 체납을 밥먹듯하며 집을 옮기는 뜨내기들”이라고 말했다.

임 대 거주가 늘면서 보증금 잔금과 월세를 의도적으로 미루고 1년이상 버티다 다른 데로 옮기는‘ 배째라형’ 세입자가 늘면서 세입자와 집주인간 분쟁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 동대문구는 현재 전체 주택매물 중 전월세 비중이 60%에 달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200만원 이상 고가 월세가 많은 서울 강남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도곡동 C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초 타워팰리스에 1년이상 월세를 의도적으로 체납하다 소송을 거쳐 강제로 쫓겨난 세입자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임 대료를 내지 않고 입주한 ‘배째라형’ 세입자 때문에 속앓이하다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집주인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3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이 접수한 건물명도ㆍ철거소송은 3만3396건으로 최근 2년간 연평균 3.25%씩 늘었다.

처리된 소송중 집주인의 승소비율(일부승소 제외)도 2011년 48.4%로 전년대비 0.2%포인트 감소했으나 지난해 다시 49.1%로 증가했다. 

하 지만 명도소송을 꺼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소송기간이 최소 6개월인데다, 명도소송에서 승소해도 밀린 집세와 각종 비용을 받으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명도소송을 진행중이라는 한 집주인은 “9월에 소를 제기했는데 결정기일은 내년 2월”이라며 “밀린 월세를 받으려면 1년 이상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대비한 ‘제소전 화해’ 접수도 지난 5년간 평균 3.5%씩 계속 늘어 작년 말 현재 1만2483건에 달했다. 하지만 세입자가 반드시 동의해야 하는 데다 집이 넓을 경우 조서작성 비용도 커지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정회성 뉴타워부동산 경제연구소장은 “중형 주택을 임대계약 했다면 제소 전 화해 비용이 40만원정도, 대형은 70만원 이상 든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입자의 보증인까지 요구하는 프랑스 등 해외에 비해 국내 임대인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전월세 분쟁상담 관계자들도 그동안 세입자들이 피해보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이젠 집주인도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유광열 서울시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주무관은 “임대거주 증가하는 등 주거형태가 서구화되면서 임대-임차인간 분쟁은 앞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